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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 몰입겸험 #2 -


지난번 몰임경험글에 이어 오늘도 저의 강점을 찾아보고자 하는 글을 기록합니다. 그냥 제가 그런 녀석이구나.. 하고 넘어가주세요.
감사합니다!  =)










| 몰입경험





두번째 경험 이야기


1.    오기와 근성


# 1 구름다리

내 기억으로는 7살쯤의 일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동네에는 맹인학교(우린 맹학교라고 불렀다)가 있었고 그곳에는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시소, 그네, 미끄럼틀, 구름다리, 철봉 등이 있었던 것 같다.


하루는 동네 친구 녀석들 중에 용접집 아들녀석과 우리 할머니 다른 몇몇의 사람들과 함께 맹학교를 놀러 갔던 적이 있었다. 이런저런 놀이를 하다가 그 용접집 아들녀석이 갑자기 구름다리에 매달려 성큼성큼 건너가는 것이 아닌가? 우리 할머니를 포함한 주변의 사람들은


“ 우와~ 힘 쎈데~ “


라며 찬사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경태야 너도 해봐~ “


라며 말씀하신 할머니 앞에서 당당하게 구름다리의 첫 출발 지점에 올랐다. 그러나 단 두어칸도 제대로 건너지 못하고 떨어지고…떨어지고..또 떨어졌다. 어린마음에 그것이 참 화가 났었는지 어쨌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그 날 이후로 매일같이 맹학교에 들어 철봉건너기 연습을 했고 손바닥이 껍질이 까지고 물집이 터지기를 반복하며 연습했다. 내 스스로 만족하던 날.. 나는 할머니의 손을 이끌고 말없이 끌어당겨 맹학교에 다달았다.


“ 할머니 여기서 보고 있어~ 어디 가면 안돼! ”


나는 단숨에 구름다리를 비호처럼 넘어버렸다. 마지막 철봉을 잡고 내려서는 순간 할머니를 바라보았고 깜짝 놀아 입이 벌어지신 할머니를 보며 나는 참… 뿌듯하고 내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던 것 같다.


 

아이코~ 우리 경태 언제 이렇게 연습했어? “

“ 아니야 할머니~ 나 연습 안 했어~ “

“ 에이 연습 안하고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잘한단 말이냐~ “




끝까지 연습을 안 했다고 욱였던 기억도 난다. 자그맣고 힘도 없었던 어린 날의 내가 생각난다.

 






# 2  나를 알아주던 사람들


나는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아니.. 공부를 잘 못했다고 표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까지 성적은 항상 중하위권.. 잘해봐야 20등 안에 들고 못하면 30등대를 전전하며 그렇게 학교 생활을 했었다. 이 때문에 아버지한테 혼나기도 참 많이 혼났던 것 같다. 성적표를 들고 집에 가는 날은 항상 한숨과 걱정이 가득했고 성적표를 받았지만 받지 않은 것처럼 숨기고 지내기를 몇 날 몇 일..어떻게 말을 하나 가슴조리며 지냈던 그 시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고 두근거린다.

그러던 내가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 친구녀석 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박정석..(어떻게 지내는지 참 궁금하다. ) 그 녀석의 이름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매번 전교 1등만을 하던 녀석..

그 녀석과 나는 체구며 성격이며 비슷한 점이 많았다. 친한 친구는 보통 닮은 사람들이 많은 이유와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친하게 지내며 학교생활을 하던 중 어김없이 시험기간은 돌아왔고 정석이는 함께 시험공부 하기를 권유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전교 1등이 같이 공부하자는데 왠 떡이냐~ 하고 따라 나섰다. 그러나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친구들과 도서관에 함께 가서..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가? 잠시 앉아서 공부하다가 커피한잔 마신다고 1시간 휴식.. 잠깐 앉아있다가 라면 먹는다고 잠깐 휴식.. 새벽 4시까지 공부한다고 도서관에 박혀있던 시간 중 절반 이상은 커피와 라면에 꼴아 박았던 것 같다. 나는 그랬다.

이렇게 함께 공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정석이는 각자 집에서 공부하자고 말을 바꿨고.. 그런 공부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공감한 나와 친구녀석들은 모두 동의를 했다. 그리하여 다시금 집에서 시험공부를 하게 되었다. 내 시험공부 패턴상 자정이 다가오니 어김없이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 아~ 이정도 공부했으면 많이 했지 머.. 자자~ 내일 학교가서 좀 보고 시험보면 될꺼야”



길어봐야 새벽 1시 정도까지 공부하던 나의 습관에 나는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었다. 그러나 그 날은달랐다. 잠자리에 누웠더니 갑자기 정석이 생각이 났다. 연습장에 알아보지도 못할 지렁이 같은 끄적임을 멈추지 않았던 손과 9색 볼팬.. 필기를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외우는 것과 손동작을 함께함으로 얻어지는 효과 같은 것 이랄까? 그 녀석의 공부법은 그러했다.



‘ 음..정석이는 지금 공부하고 있을껀데… 지금 12시니까.. 음.. 4시간이나 더 공부하겠네..? ’



갑자기 잠이 달아났다. 한번 똑 같이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어 스탠드 불을 켜고 연습장을 꺼내고 책을 펴고 지렁이 같은 끄적임을 시작했다.

물론 내 손에는 9색 볼팬( 따라쟁이였다. -_-; )이 쥐어져 있었다.


시험기간 동안 그러한 공부방법은 계속되었고 어느 날 상상하지 못한 기쁨이 나에게 찾아왔다. 시험 성적 발표 날 정석이를 제치고 내 이름이 전교 1등에 떡 하니 올라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에게 전교 1등은 넘에 집 이야기였다. 선생님이 찾아오고 부정행위를 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물음까지 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반에서 이삼십등 하던 녀석이 갑자기 전교 1등을 했다니 의심이 날 법도 했다.

그날 이후로 친구들이 날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고 하나라도 나에게 배워가려고 아양? 을 피우기 시작했다. 정석이와의 사이도 조금은 서먹해 졌지만 그래도 친구 사이가 틀어질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갑자기 돌변한 사람들의 대우와 어른들의 칭찬 등 달콤한 맛을 보아버린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내내 비슷한 성적을 유지하며 학교를 졸업했고 간신히 3학년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째 오기와 근성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남기다 보니 오기와 근성이라고 생각된 그때의 상황이 어쩌면.. 남들이 나를 알아주고 다르게 보아주었던 그 묘한 감정의 분출을 위해 그랬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오기와 근성의 원천은..




남들이 나를 알아주는 것… 그것을 나는 참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