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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Diary

예쁜 아들..가슴 아픈 날 (민찬이가 다쳤어요)





2009년 06월 29일

아침부터 민찬이가 투정을 한다. 괜스레 눈뜨자마자 엄마한테 짜증을 내고 미운짓을 한다.
바쁜 아침에 밥상에 앉아서 엄마에게 칭얼대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큰 소리 한마디가 목까지
오른다..


" 민찬.. 아빠 요즘 화 안내지? 언능 밥 잘 먹어... "


한 마디 하자마자 곳 바로 내 눈치를 보며 밥을 먹는다. 아이의 투정이 잦아들었지만 그렇게 해서
아침부터 뭐라고 한마디 한것은 내 가슴에도 흙탕물 같은 찜찝함을 남기고 만다.


" 민찬~ 아빠 먼저 나간다. 민찬 빠빠~~ "


웃으면 인사를 했다.
요녀석 빤히... 나를 보더니 씨익 웃으면서


" 아빠~~~~~~ "


달려오며 나를 덥썩 안는다. 가슴속에서 전해져오는 따스함.. 흙탕물을 뒤집어쓴 찜찜한 마음에
맑은 물을 고압으로 끼얹어 주는 기분이 들어버렸다.

행복.... 별게 없다. 이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다.
그리고 민찬이는 카운터 라는걸 안다.



" 아빠 가따올테니까 민찬이도 유치원가서 잘 놀아~ 알았지? "

" 응~ 아빠~ 오늘도 운전 조심 하고~~~ "




순간..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그 기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모르겠다.
아빠 운전 조심하란다... 민찬이는 제대로 한방을 알고 있는 녀석이다.





.
.




전화가 울린다. 



" 신랑 민찬이 유치원에서 다쳤데.. 조금 다친줄 알았는데 계속 피가 나서 병원에 가봤더니 꿰메야 한다네.. 
  신랑이 선생님한테 전화 좀 해봐.. "




풀이 잔뜩죽은 목소리로 지애가 전화를 했다.
오전 오후 내내.. 쳐지는 나의 기분을 되살려 놓았던 아침의 그 모습이 선한데..
민찬이가 다쳤단다. 그것도 꿰메야 할 정도로..

따르릉...



" 예.. 선생님 민찬이가 다쳤다구요..? "
" 네.. 아버님~~ 눈 밑에가 찢어져서 의원에 갔더니.. 아이 살이라 성형외과를 가보는게 좋겠다고 하네요
  어떻게 할까요 아버님~~ "




평소 좋으신 선생님이셨다. 그렇지만 아이가 성형외과까지 가서 눈을 꿰메한 한다는 소리에 순간 짜증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 사실 많은 아이들이 뛰노는데 선생님이라고 그걸 어떻게 막으셨겠냐 만은.. )
다급히 짐을 싸고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왜 이리도 막히고 끼어드는 차는 또 왜 그리도 많은건지..
짜증..짜증..짜증....초조..

아빠없이 타인들의 손에 잡혀 눈을 꿰메야 할 민찬이를 생각하면 마음은 더 없이 초초해졌다.



딸랑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의자에 앉아있는 민찬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것인지 넋이 나간듯 아빠가 왔는데도 멍한 표정이다.

수술대 위에서 눈을 꿰메기 위해 마취주사를 놓는다.
무서움에 서러움에 울어대는 민찬이..

민찬이가 울어대니까 울지말라고 집도하는 의사가 살포시 짜증을 낸다...
아는가? 그때의 기분... 대X통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얇디 얇은 피부를 꿰뚫은 실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나는.. 어쩔수 없는 부모다.





오늘 하루 만큼은 민찬이가 먹고 싶은것 하고 싶은것을 다 들어주었다.
맛난 고기도 먹고 집에와서 놀아주기도 하고..

기억을 위해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이녀석 진짜 많이 크긴 했나보다...


" 민찬아~ 눈 다친거 사진찍어놓자... "
" 응? 아빠~~ 나 찡그리고 안찍을래 나 이쁘게 웃으면서 찍어도 돼? "
" 응~ 그럼~~ 웃으면서 찍어~~ "



아픈것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환하게 웃어주는 민찬이..
사랑스러운 아들...

나중에 네가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2009년 06월 29일 눈 밑을 다쳐 8바늘을 꿰멘 니 녀석..

아빠는 널 참 사랑한단다...